①에 이어서

진솔한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인터뷰를 하려고 자료를 조사했을 때 판매대수 3천대, 매출액 2천억이라는 숫자를 접하고 저는 오타인 줄 알았어요...

도대체 인간이신지? 기계이신지? 좀 상상할 수가 없었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 수치는 거의 중견기업 수준이거든요. 자 그럼 다른 질문 한가지 드리겠습니다. 내 딴에는 열심히 고객을 대하는데 고객분이 자꾸 딴지를 거시는 분이 틀림없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속된말로 진상고객, 겉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나 이사람에게는 차 판매하기 싫다라고 라는 분이 있으시지요. 이런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는지요? 나만의 마음자세, 처세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느끼게 되었는데요. 솔직히 사람과의 관계로 우리는 실적을 얻고, 돈 벌고 하면서 저의 직업을 이어가잖아요. 그래서 느끼는 건데 저는 그냥 다 고객이에요. 기자님도 저에게는 고객이 되실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좋은 인상을 드리려 하고 있어요. 저는 누구한테나 단 한번도 함부로 대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저의 아버지를 참 존경하는데 아버지는 이 사람이 어딘가에서 또 만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셔서 누구에게나 함부로 대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저도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한가지 이야기 해드리죠. 손님들이 저에게 무리한 부탁을 할 때 제가 “안됩니다 아니면 안색이 변하거나 기분 나쁜 표현을 안하다 보니까 고객이 스스로 내가 좀 심했지요” 하고 말하시곤 합니다. 저는 성격적으로 그런 걸 잘 못해요. 그리고 정말로 고통스러운 하루가 가끔씩 있거든요. 수백통의 전화를 받고 지치고 힘들어도 그래도 집에 가서 밤에 잠을 자고 눈 감더라고요. 낮시간에 힘들 때면 밤 생각을 합니다. 그래 조금만 버티면 집에 가서 티비 틀어놓고 편하게 잘 수 있을거야.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도 생기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까 고객분들에게 거의 거절을 못하죠.

관계에 있어서 그냥 나만의 철학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적어도 그냥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저에게는 고객이시죠. 너무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그게 실제입니다. 심지어는 이런 게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게 제가 전시장에서 영업할 때 보면 영업직원, 관리직원, 주차담당, 미화담당, 택배 오시는 분들이 있죠. 저는 그 모든 분들한테 다 소개받았습니다. 제가 누구한테 함부로 하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가면 그분들도 저를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

저는 5년 되든, 10년 되든, 15년 되든 고객님의 차는 끝까지 책임지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10년된 고객님이 차가 고장이 났다고 하시면서 이럴 수가 있어? 그러면 너무 억울하죠. 10년동안 10만km를 타시고 지금와서 차가 왜이래 하고 화내시면... 그렇다고 거기다대고 아니 이게 지금 말이 됩니까? 라고 말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끝까지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고객이라는 분들이 이런 게 있어요. 제가 차에 대해서는 그분들 책임을 지잖아요. 진심으로 대하면 고객분이 저에 대해 책임을 져주세요. 그분들이 소개를 참 많이 시켜주세요.

방금 하신 말씀 너무 와 닿는데요. 영업에 종사하신 분,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는 말씀이신 것 같아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화제를 살짝 돌려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항상 오르막만 있지는 않거든요. 내리막길이 반드시 있지요.

저도 살다보니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처도 일이 잘 안풀리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부장님도 아무리 레전드이시지만 일이 잘 안풀릴 때, 슬럼프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 그때는 언제였고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했는지 여쭤볼까요?

제가 영업 시작후 1년만에 판매왕이 되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도 저도 신기했었습니다. 그 해 2004년 너무 잘 나가다보니 기고만장했죠. 그래, 내가 최고야! 그러다가 2006년도인가 3등으로 떨어진 거에요.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저에게 오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가니까 이게 극복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사실 3등도 잘 한 거잖아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봐요. 그때 슬럼프가 온 것 같아요. 너무 괴로웠어요. 그렇다고 내가 막 뭘 한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그때 겸손하게 열심히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했었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자책만 한 거예요. 이 때 제 상사분이 저를 끌어 안아주셨죠...

사실 제가 괴로워서 사표를 냈었거든요. 그 당시 저희 지점장님이 아프셨었어요. 응급실에 실려간 후 수술을 받으시고 다음날 저에게 오셨더라고요. 동료는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네가 판매를 잘 하니까 오신거야” 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차를 잘 파는 사람이 없어지면 다시 또 잘 파는 사람은 오게 되거든요. 너무 미안했죠. “내가 도대체 뭔데”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소중히 대해 주니까, 높이 평가해 주니까, 자존심을 살려주니까... 슬럼프가 자연스럽게 극복이 된 적이 있었어요.

또 한번은 2010년부터 내리 4년간 2등만 한 적이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롤모델 선배인데 그 분이 1등을 계속 하시니까 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 선배에게 가잖아요. 또 흥이 안나더라고요. 열심히 하는데도 잘 안되더라고요.

10대를 팔다가 2대, 3대를 팔게 되면 슬럼프인가 하고 의심하는게 보통 사람들인데 부장님은 1등을 하다가 2등을 하니 그것이 슬럼프라고 하니까 슬럼프에도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왜 지금까지 1등을 고집 하냐면요. 저는 삼백육십오일을 여기에 다 투자를 하잖아요. 제 별명이 세븐일레븐이에요. 365일 7시에 출근해서 11에 퇴근하는데요. 그렇게 투자하고 1등을 못하면 소질이 없는 거라고 자책하는 스타일에요. 그렇게 하니까 다시 2014년부터 1등이 되기는 했어요. 그렇게 나를 혹사시키니 지쳐갔어요. 그래서 2016년에 또 한번 사표를 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도 역시 지점장님, 본부장님이 옆에서 인정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다시 마음을 잡았어요. 그만두려고 할 때 제일 두려운 것이 무언지 아세요. 인프라(Infra)입니다. 내가 여기서 힘들게 만든 인프라는 내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나를 도와주는 저 많은 서비스센터 업무 등 이런 것을 포기하고 다른데 가서 다시 만들기가 두렵더라고요. 제 입장에서 슬럼프는 "동료”입니다. 슬럼프를 만들어 준 것도, 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역시 동료였습니다. 영업에서 슬럼프의 대부분은 판매가 잘 안되는 거잖아요. 100명 만나서 실적이 저조하면 200명 만나서 두배로 늘릴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슬럼프의 원인을 어떻게든 노력으로 결과를 만드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봅니다. ③에 계속...

이병욱 기자  gumpyi@kote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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