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아들과 일 잘하는 아들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뒷집가서 못 박을 망치를 빌려오라는 말을 듣고 ​말 잘 듣는 아들은 돌아와 하는 말이 뒷집에 망치가 없다고 한다면서 그냥 빈손으로 옵니다. ​일 잘하는 아들은 뒷집에는 망치가 없다고 해서 그 옆집에 가서 망치를 빌려와서 손에 망치를 들고 옵니다.

​아버지의 목적은 뒷집의 망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망치로 못을 박는 것이었겠지요.​

행정사는 수많은 의뢰인을 접하고 상담합니다. 다짜고짜 이 사건 인용결정 받을 수 있는가부터 산재보험받게 해달라등 본인이 생각하시는 결과만을 가지고 승산이 있느냐고 질문합니다.

​100%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항상 예기치 않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의뢰인은 본인이 억울한 면만 주장하시고, 불리한 사실은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의뢰인의 이야기만 믿고 사건을 진행시키면 낭패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관계 파악에 시간을 많이 할애합니다. 의뢰인이 불편하실지 모르지만 경찰이 심문하듯이 하나하나 조목조목 파악합니다. 그래서 법적 쟁점을 파악하고 권리구제를 받으실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정한 다음 각종 증거자료와 필요하다면 추가자료 확보에 만전을 기합니다.

행정기관에 진정할 사안인지, 행정심판 청구를 해야할지, 민사소송으로 구제받아야 할지 등을 검토 후 실행에 옮깁니다.​

만약,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에 대비해서 2차 3차 구제수단까지 염두에 두고 사건에 임합니다. 단순히 의뢰인이 행정심판을 해달라고 해서 청구기간이 지났으니 안된다고 돌려보내지 않고, 현 상황에서 구제받으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뢰인은 다짜고짜 수임료를 깎아달라고 하십니다.

저라면 그것보다는 내 사건에서 현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행정사에게 "나에게 유리한 방법을 찾아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하고 자문해 봅니다.

이병욱 기자  gumpyi@kote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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